2017년 1월 ~ 2017년 2월 3일 (금)
김제동 지음
위즈덤경향
이제서야 경향신문이 나름 의식있는 보도매체인줄 알게되었다. 파렴치한, 너무도 파렴치해서 도대체 이해는 커녕, 믿기지 않는 일들이 그간이라고 할 수 없는 꽤 긴 시간동안 일어났다. 이제는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지만, 당시 한국을 떠났을 때만 해도, 한국인이라는 점에 꽤 자부심을 느꼈으나, 일련의 사태를 지치도록 겪고 나니, 이제는 그러한 일들이 부끄러워짐을 지나서 그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 그런 사회로 인식이 되고 왠만한 사건이나 이야기들은 놀랍지도 않게 되었다.
한국을 떠난 이후, 물리적으로 공간을 달리 하고 있기에 아마도 더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기억이 나는 일련의 사태를 나열해보면, 남양유업 갑질, 윤창중 성추행, 세월호, 조현아 땅콩 회항등이 떠오른다. 권력층에 의한 인간의 도리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의식이라고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일들도 있고, 꼭 권력층이 아니더라도 조그마한 권력이라도 가진 쪽의 사람이 그 권력의 영향력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나 행동은 이미 말로 언급하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외국에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소용돌이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그런 사태를 보게되는데, 각 개인들이 이런 문제들을 인식조차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점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고객님'으로 말도 안되는 존칭어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드는, 또는 그렇지 않으면 고객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으로 생각이 들게끔 사회가 흘러온 것이다. 그러니 한국에서 제공 받는 서비스 (서비스의 양과 품질)이 정말로 당연히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고 해외에 나와서 똑같이 요구하니 다른 외국 사람들에게는 무례하게, 또는 인간 존엄의 가치를 아예 모르는 사람들로 인식이 된다.
물론 외국 사람들 중에도 그런 저질의 인간들이 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가 심각하게 느껴지는 점은 그런 저질의 대중화와 그것의 생활 습관화된 점이다. 그러니 의식적으로 경계를 하지않으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런 행동을 하게 된 점이다. 사회환경이 너무 경쟁적이고 그런 경쟁속에서 페어플레이보다는 반칙을 하더라도 승자가 되면 승자가 되기까지의 잘못을 묻지 못하는 반복된 학습 (역사속에서)이 이런 문제를 야기했다고 할 수 있다.
1890년부터 근 120년동안 올바른 사회 정의의 구현을 보지 못하고 자란 사람들이 배우게 된 나름 자신들의 인생철학 또는 인생관이 무엇일까? 올바른 권력이든 올바르지 않은 권력이든, 권력에 아첨하며 거기에 부합된 세력은 자자손손 잘 살게 되고, 올바르지 않은 권력과 부당한 행위에 대해 양심적으로 용기있게 저항한 사람들의 자손은 대가 끊기거나 어렵게 살게 되어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자리에 오르기가 어럽게 되었다.
120년이라고 하면 세대로 따지게 되면 4세대 정도가 된다. 조선말, 가렴주구등 부패한 권력층에 의한 약탈에 대항했던 의로운 사람들부터 일제로부터 독립을 위해 전재산을 바치고 거기에 목숨까지 바친 분들, 경제발전을 위해 자본가 (재벌)에게 많은 것들을 희생한 경제일군들의 자손의 현재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를 보면 과히 통탄할 지경에 이르게된다. 일례로 일제의 앞잡이들이 교묘하게 해방이후에 다시 권력층으로 자리잡고 (늘상 이야기 되지만 반민족자 처벌법의 시행 실패), 현재의 재벌들 역시 그런 혼란한 시기를 틈타 온갖 특혜속에서 권력에 아부하며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권력에 상납하면서 그 부를 자식들에게 넘기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 것들이 단죄없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그런 생존방법을 체득하고, 교육을 통해 자식들에게 교육시킨다. '앞장서지 마라' 이러면서...
굳이 이야기 하자면, 증조할아버지대부터 지금의 젊은 사람들까지 이제는 그런 정의롭지 못함이 DNA에 각인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고치기가 점점 더 어려울 것이다. 정말로 이제는 뼈를 깍는 고통이 있지 않으면 이런 악습이 주류가 된 것을 깨끗하게 정화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물에 검은색 잉크를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그 잉크는 물속으로 스며들고 물을 검게 물들인다. 그 검어진 물을 다시 깨끗하게 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김제동이라는 방송사회자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 (다행히 내가 생각하는 옳음과 같은 방향)를 몸소 실천하면서 사회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묶어 만든 책이다.
책의 내용중에 앞에 설명한 내용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있지는 않다. 그런데 어떤 문제점을 고치려면, 그 문제점을 제대로 고치려면 그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만 제대로 고칠 수 있지않겠는가? 이책에 많은 사회문제에 대한 김제동과 인터뷰를 한 분들의 생각에 내 생각을 덧붙여보았다.
인터뷰가 사회적인 내용이 아닌 개인적인 고민거리도 김제동씨가 재미있게 소중히 다뤄 보기에 좋았다.
인상깊었던 부분은 김어준의 인터뷰내용이었는데,
'덕 볼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며 당당하게 살라'는 점이다.
책을 읽는데 목적을 따로 두지는 않지만 그래도 책을 읽기전과 읽고 난 후에 깨달음이나 변화가 있으면 그 역시 좋은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