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9. 05:52 책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2016년 12월 ~ 2017년 1월 2일 (월)
박완서 지음
세계사
다시 한번 고 박완서 작가님의 글들을 읽게되었다. 이 책, 역시 유학온 유학생이 내놓은 중고책으로 만나게 되었다. 고 박작가님의 글을 읽으면, 마치 옛날 어린 시절에 추운 겨울날에 먹었던 따끈따끈한 고구마와 시원한 동치미 국물과 같이 먹고 나서 텁텁하게 배부른 것이 아닌 달착지근한 맛에 시원함까지 더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인지, 더더욱 만나고 싶은 글들이다. 이 책의 글들은 작가께서 생전에 작가 등단이후에 아이들을 키우면서 소소히 적어내신 수필과 같은 글들을 엮어서 낸 책들이다. 글들의 배경이 1970년대 초중반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며, 어렴풋이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구할때, 책을 내놓은 분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당시 책 한권 한권에 대해서 서로의 감상을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작가님의 책은 추운 겨울날 (아마도 통금이 있는 겨울이라 하면 더욱 어울릴 듯)에 막 싸리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바람이 불기 시작해, 부쩍 추워진 겨울에 겨울코트 깃을 올리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게 되고, 초인종을 눌러서 슬리퍼를 끌고 나와서 대문을 열어주어서 들어갔을 때, 기다리고 있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하얀 쌀밥과 연탄불에 구워서 약간 많이 그을린 자국이 있지만, 손수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린 김과 콩자반, 추운 겨울 내내 먹을, 땅속에 묻은 장독에서 갓 꺼낸 동치미와 국물, 그리고 며칠째 끓여서 내놓은 김치찌개를 조그만 소반에 차려져 있는 밥상과 같은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고기는 들어있지 않은 멸치로 맛을 낸 김치찌개와 콩자반을 밥위에 올려서 먹는 맛이 생각난다.
특별한 맛이라고 할 수 있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가장 편안한 맛이 아닐까 싶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추억하는 것은 나이든 사람의 특권이 아닌가? 벌써부터 늙은이 노릇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빡빡한 삶속에서 예전의 동심의 세계를 떠올리는 것은 힘들고 아픈 세상을 살아낼 수 있는, 예방주사 내지는 치료제가 아닌가 싶다.
아무튼 고맙게 읽은 책이고, 다시 한번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겁게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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